첫째는 개월수로 하면 38개월, 만 3세에 미국으로 건너왔다. 그 전에는 회사에 다니느라 친할머니께서 주양육자로 첫째를 돌봐주셨고 돌이 지나고서부터 시어머님께서 아시는 분이 있었던 근처 아파트의 가정 어린이집에 다녔었다. 내가 지난 해 3월 중순에 미국으로 데려오면서부터는 당연히(?) 어딘가에 보낼 생각은 하지 않았었고, 4월부터 날씨가 좋아졌기 때문에 매일 아이를 데리고 밖으로 돌아다녔다.





하지만 네 살이 가까워지고 + 날씨는 추워지고 + 무엇보다 둘째 출산을 앞두게 되면서, 첫 째가 어디든 가야할 필요성이 생겼다. 그래서 한국에 잠시 갔다 돌아온 9월부터 학교를 알아보기 시작했는데, 초보 엄마로써 많은 충격에 빠지게 되었다.
사실 나는 미국 사람들은 왠지 자식들 교육에 쿨할 것 같고, 굳이 한국처럼 부모가 열 내면서 쫓아다니지 않아도, 물 흐르듯이 학교에 보내게 되면 아이들은 뭔가 높은 자존감을 가진 자유로운 영혼으로 자라나 때가 되면 알아서들 자기 적성을 찾아갈 것 같다는 환상이 있었다. 이런 환상이 왜 생긴건 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한국식 사교육 열풍에 따라 충실하게 공부하여 인서울 대학에 입성한 후 적성을 찾아 헤매다 겪었던 짧은 유학생활을 통해 만났던 미국 친구들을 통해 갖게 된 막연한 추측에 기반한 듯 한데.. 여하튼 나의 이런 환상은 무참하게 깨지게 되었
유난히 학력이 높은 보스턴이라 그런지, 그냥 미국이라는 나라가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후자에 가까울 것 같다는 생각) 미국 엄마들의 열정도 한국 엄마들 못지 않았더랬다. 다만, 이방인으로써 현지 문화에 100% 녹아들지 않은 상태임을 감안하고 서라도, 미국 엄마들 역시 만만하지 않아보인다. 일단 9월에 학기가시작하는 공립들은 1월부터 등록을 시작하고, 사립들는 11월부터 (예비)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Open house를 시작하는 것을 보고 기겁했 1년 전부터 우리 아이를 어디에 보낼 건지 고민해야하는 것이였다. (이렇게 아무 것도 몰랐던 초보 엄마는 웁니다..)
만 3-4세 아이를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두 가지 정도로 나뉘는데, 1) Pre-K (Pre-Kindergarten) 2) Daycare 이다. 이 둘에 대한 차이는 아무리 찾아서 읽어보아도 잘 모르겠었는데, 나름 명료하게 정리된 글을 최근에 하나 찾게 되어 공유 해본다.
https://m.blog.naver.com/ryu_esq/221619607901
[변호사엄마의 육아이야기] Daycare v. PreSchool/Pre-K v. Kindergarten
유치원, 유아원, 어린이집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랐고 한국어는 누구보다 잘 안다고 ...
blog.naver.com
가장 명료한 차이는 운영 시간이 아닐까 싶은데, 나의 언어로 정의해보면 데이케어는 아빠/엄마가 출근 할 때 데려다 주고 퇴근할 때 데려올 수 있는 곳이랄까. Pre-K는 학교처럼 반나절만 운영되어 시설에 따라 다르지만 빠르면 점심 직후 늦어도 약 3시쯤에는 모두 끝니 난다. 시간은 반인데 가격은 동일하다는게 함정.. 물론 After-school program 도 있긴 하지만, 공짜는 아니고, 이 마저도 자리가 제한적이다. 일단, 둘 째를 키우기 위해서는 나에게도 쉼이 필요하고, 첫 째를 너무 방치하는 듯한 죄책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고심 끝에 첫째는 1월부터 데이케어에 보내게 되었다. 처음에는 마음이 아프고 미안하고 또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는데, 9:15am 까지 데려다 주고 5:30pm 전에 픽업하니 약 8시간을 보내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지금는 뭐 하지도 않았는데 데리러 갈 시간이라며 남편과 깜짝 놀라며 부랴부랴 데리러갈 준비를 하는 매일이다.
아무래도 영어가 완벽하지 않은 상태에서 보내기 시작해서 걱정이였는데 (대략 눈치로 영어를 알아들을 수는 있으나 말하기는 제한적인 상황) 처음에는 뭣도 모르고 잘 다니더니 한 달쯤이 지난 시점에서 안가겠다고 울고불고 하는 바람에 더 마음이 아팠다. 첫 째가 가는 반이 만5세 아이들이 주를 이루는 듯 했고, 보통의 아이들이 그렇듯 형아들은 동생들과 노는 것을 그닥 선호하지 않는데다 영어까지 안되니 (+ 아이들의 직설화법) 같이 어울리기가 쉽지 않았던 듯 하다. 아이가 학교에 가기 싫다고 울길래 학교 문 앞에서 기다려주면서 스스로 씩씩하게 들어가게 하려고 했으나 3시간 동안 안 들어가고 버티는 것을 보면서 마음이 아프더라도 강제로 들어가게 할 수 밖에 없었고, 며칠을 울며불며 끌려들어간 끝에 학교에 다니게 되었다는 슬픈 이야기. 험난한 학교 생활은 다음에 더 하기로 한다. 일단 지금은 학교에 잘 적응하여 다니고 있고 (집이 더 좋다고 하면서도 일단 가긴 감) 약 6개월 만에 영어가 눈에 띄게 늘어 아이들과 노는 데는 그래도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디테일한 감정 표현과 의사 전달은 불가능하겠지만..) 험난했던 학교 적응기는 다음에 더 하기로 한다.
무튼 미국이나 한국이나 엄마들은 부모들은 위대했고, 나도 좀 부지런해져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극성은 아니더라도..) 요즘은 여름방학 기간인데, 듣기로는 여름방학 중에 하는 프로그램들도 6개월 전부터 등록한다는 이야기를 들었.. 참 엄마 노릇하기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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