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고마워요 봉준호 감독님!
갑자기 봉준호 감독이라니? 웬 뒷북이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해외 저명한 영화제에서 기생충의 연이은 수상으로 한국이 들썩거리던 시절도 지난 지 오래, 심지어 COVID-19로 영화관에서 영화 한 편 보았던 때가 언젠지 까마득한 지금, 아무리 생각해도 이런 뒷북도 뒷북이 없다. 그래도 나의 첫 글에는 꼭 이 말을 넣어야겠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
사실 그의 영화 소감을 들었을 때부터 이 문장이 딱히 감명 깊게 와 닿았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 문장이 가진 의미보다는, 수상의 영광과 기쁨을 온전히 누릴 수 있는 순간에 자신과 함께 후보에 오른 감독들에게 영광의 박수를 돌리는 대인배다운 면모에 감탄했을 뿐. 동 문장의 위대함(?)은 잘 알지 못했다고 해야 할까?
이 문장의 진정한 의미를 알게 된 건 회사 화장실에서였다. 회장님께서 ‘구성원의 행복’을 강조하시기 시작하면서부터, 화장실 변기 앞에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할만한 글귀가 업데이트되기 시작했는데, 동 문장도 그중 하나였다. 하루에도 몇번씩 화장실에 가게 되는데, 그때마다 눈 앞에 아른거리는 걸 무시할 수도 없거니와 몇 번씩 읽으며 곱씹다가 깨달음(?)을얻을 수 있었다! 친절하게 해석 비슷한 말까지 덧붙여 쓰여있었는데,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 내가 받아들인 바는 이렇다.
창의적인 것은 특별한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있다는 것. 내가 가진 것들을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간에) 이리저리 뜯어보고 붙여보며 연구할 때 나온다는 것. 이렇게 보니, 스티브 잡스가 스탠퍼드대학교 졸업 축하 연설에서 했던“Connecting the dots” 와도 일맥상통하는 것 같다. 대가들끼리는 역시 통하는 게 있는 걸까?
사실 나는 “평범” 콤플렉스가 있는 편이다. “딱히 잘하는 것도 없지만 딱히 못하는 것도” 없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가 있다고나 할까. 그래서 좋아하고 잘하는 게 확실한 남자와 결혼했고, 내 아들도 그러길 바라고있으니, 그 콤플렉스가 어느 정도 인지 짐작이 가는가?
실제로 글쓰기에 관해서도 스스로 잘 쓰는 편이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나인데 (나쁘지 않은 수준 정도?) 갑작스러운 십 년 지기 친구의 뽐뿌와 봉준호 감독과 갓티브 잡스의 응원에 힘입어 이렇게 키보드 앞에 앉았다. 내가 가진 것들이 사실 별 게 아닌 게 아니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감을 갖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