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모르는게 약이었다 (feat. 임신/육아/출산)
나는 엄마다. 엄마가 된다는 것은 나에게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4년제 대학을 졸업했고 (비록 지금 하는 일은 전공과는거리가 멀지만) 취업이 잘된다는 공대를 나와, 누구나 들어봄직한 회사에서 일하기 시작한 지도 어언 8년 차... 나와 비슷한 커리어를 쌓고 있는 친구들 중에는 아이를 낳은 친구가 1도 없다. 결혼 생각이 없거나 결혼을 되도록 늦게 하고 싶다거나 결혼을 했더도 아이는 낳지 않겠다는 친구들이 대부분이며, 가끔 아이를 생각하는 친구들도 일단은 신혼을 충분히 즐기고 생각해보겠다고 한다. 이런 친구들의 마음을 백번 이해하는 나인데.... 어쩌다 나는 용감하게도 제일 먼저 엄마가 되어버렸을까?
진지하게 고찰을 해보니, 일단은 (감사하게도) 내가 행복한 가정에서 자랐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가족 간의 큰 소리 내지않는 우아하고 고상한 가족은 아니지만, 가끔은 투닥투닥해도 서로를 끔찍이도(?) 위하는 우리 집. 내가 살아온 이런 삶속에서 행복함과 감사함을 느꼈기에, 나는 당연하게도 결혼을 해야 했고 아이를 갖아야 했다. 실제로 나보다 두 살이 어린여동생이 이에 대한 방증이다. 나와 똑같은 나이에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은 것을 보니...?
다음으로는 바쁘게 사는 걸 좋아하는 나의 피곤한 성격 덕분이다. 나는 이십 대를 참 즐겁게 보냈다고 자부한다. 어느 정도인가 하면, 다시 스무 살로 돌아가더라도 똑같은 이십 대를 보냈겠다 싶은 정도? 사실 대단한 일탈을 했던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하고 싶은 일을 못한 적은 없었다. 덕분에 이십 대의 끝자락에 와서는 새로운 도전거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그것이 바로 결혼이었고 임신/출산/육아였다.
그리고 마지막 화룡점정을 찍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나의 무지 덕분이 아닐까... 사실 나는 임신/출산/육아에 대한 지식이전무하다시피 했다. 주변에서 아이를 키우는 사례를 보지 못했고, 미리 알아보고자 하는 노력도 하지 않았다. 대충 힘들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닥치면 뭐든 할 수 있다는 근자감이 있었기에, 게임으로 비유하자면 ‘자, 다음 스테이지로 가보자!’ 정도의 마음 가짐으로 용감하게 바로가기 버튼을 눌렀던 것이다. (하지만 갑자기 끝판왕이 튀어나온 듯한 난이도에 기겁한 건 안 비밀....)
이러한 이유들로 나는 덜컥 엄마가 되어버렸다. 엄마가 된다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임을 안 것은 이미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너버린 후였다. 최소 20년, 최대 30년까지 진행될 수 있는 이 장기 프로젝트는 시작되었고, 싫든 좋든 나는 이프로젝트의 공동 책임자이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겪고 느껴온 바를 이 공간에 공유하고자 한다. 이 세상에는 다양한 모습의 엄마가 있다고 생각한다. 각자가 처한 환경에 따라, 각자의 성격, 그리고 (제일 중요한) 체력에 따라, 육아를 하는 방식은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고. 육아에 정답은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단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면, 그것은 ‘아이를 위하는 마음’ 아닐까? 누구나 엄마는 처음이기에, 서툴고 또 힘들고, 또 비슷한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했던 고민의 시간들이 누군가에게는 작은 힘이 되길, 잠시나마 웃을 수 있는 시간이라도 선물해줄 수 있길 바라며, 글을 써가려 한다.
“오늘도 고생했어요. 부디 빠른 육퇴 하시길”